“김홍도·정선 그림에 나오는 송석원 계곡 재개발 안돼”

서울시 보존계획서 빠져…주민들 대책 요청

“옥인동 송석원 계곡은 서울 시내에서 보기 드문 문화유산 보고입니다. 김정희가 새긴 바위 글씨와 정선의 그림에 나오는 정자 청휘각이 있었고, 이인문과 김홍도가 이곳 선비, 중인들의 시모임 장면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조선 후기 풍류 문화가 깃들었고 19세기~20세기 초 한옥들이 밀집된 이곳 유산들을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재개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2일 오전 서울 경복궁 서쪽 동네 서촌의 통의동 한 카페에서는 서촌주거공간연구회 회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서촌 옛 문화유산들을 연구·보존하기 위해 주민 중심으로 결성한 이 모임 회원들이 최근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인왕산 자락 송석원 일대의 보존·복원을 요청하는 간담회였다.

회장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교수와 회원 장민수씨 등은 서촌 전통 경관을 지키려고 만든 시의 경복궁 서측 지구단위 계획에서 되레 송석원 일대인 옥인 1구역만 빠져 유일하게 재개발이 강행되는 모순이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1000억원 넘는 예산을 들여 복원중인 인근 수성동 계곡보다 문화유산적 가치가 결코 덜하지 않는 만큼, 관내 한옥을 이축·해체하는 시쪽 계획을 재고해야 하며, 계곡 안 문화재 조사·복원 대책 수립부터 앞서야 한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옥인 1구역은 주민 재개발조합 주도로 대림산업이 아파트 건립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문화재계의 보존 여론도 일면서 시쪽은 재개발 최종 절차인 관리처분계획을 미루고 있다.

[한겨레] 노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