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재개발’ 공사 중단…구한말 배수관 첫 발견

“희귀한 벽돌식” 의견에 문화재청 “전면발굴”
공사 중단 상태…재개발 논란 다시 불거질듯

명동성당 북쪽 주차장터에서 발굴된 구한말 배수로 유적.

지난달 16일 착공한 천주교서울대교구의 명동성당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최근 구한말 서울 도심 배수관로 시설이 처음 발견돼 공사가 중단됐다. 문화재청은 유적의 역사적 가치를 감안해 유적을 전면 발굴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앞으로 공사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8일 학계와 문화재청쪽에 따르면, 매장문화재조사기관인 한울문화재연구원(원장 김홍식)은 지난주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북쪽 주차장(로얄 호텔 맞은편)을 시굴조사하던 중 바닥 아래 지하층에서 19세기 말 명동성당·주교관 건립 시기로 추정되는 아치형 벽돌 배수관로 시설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천주교 서울대교구쪽은 재개발 공사를 모두 중단했으며, 문화재청 및 문화재위원들과 유적의 성격과 발굴·보존 방안 등에 대해 논의중이다. 특히 지난 21일 현장에서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는 참석한 안창모 경기대 교수(건축사), 김길식 용인대 교수 등이 국내 근대 토목기술사 연구에 매우 소중한 가치를 지닌 유적이 출현했다며 조사지역 확대를 건의했고, 문화재청이 이를 받아들여 전면 발굴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한말 하수관로 유적은 주차장터 바닥 지하 1m정도 아래의 지하층에서 일부분이 드러난 상태다. 명동성당 아래쪽에 1890년 지어진 주교관의 생활 용수 혹은 하수를 처리하던 시설로 추정하고 있다. 윗 부분은 구은 벽돌로 아치(반원)형이며, 아랫부분은 평평하게 돌을 깐 바닥으로 만들어 물길을 튼 얼개를 띠고 있다. 국내에서 구한말 서울 도심의 배수관로 시설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창모 교수는 “흙을 구워 만든 근대식 배수관은 일제강점기 도심 유적 등에서 종종 발견됐지만, 벽돌로 만든 구한말 하수관 시설은 국내 처음 나온 것이어서 건축 토목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근대건축사 연구자인 김란기씨도 “외국에서도 쉽게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 유적”이라면서 “20세기초 일본 요코하마의 근대식 벽돌 배수로 유적과 모양새가 상당히 비슷해 서구쪽에서 도입됐던 근대 벽돌식 배수공법을 일본에 이어 도입한 흔적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일본 요코하마 에서 발굴된 19세기말 배수관로 유적.

명동성당 재개발 계획을 보면, 배수관로 유적이 발견된 곳은 지하층을 파내고 주차장·근린생활 시설 등이 들어서는 곳이다. 한울문화재연구원쪽이 착공 직후부터 시굴조사를 진행해왔다. 재개발 공사가 성당 주변의 근대 경관을 훼손하고 성당의 지반 안전도 위협한다는 학계 등의 우려를 무릅쓰고 강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유적 발견으로 재개발 공사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