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모래언덕 옆에 골프장 웬말

태안 신두리 사구 인근에 20홀 규모로… 2012년 착공
희귀동식물 멸종 등 우려… 시민단체 “백지화해야”

천연기념물(제431호)로 지정된 국내 최대 규모의 충남 태안군 신두리 모래언덕 옆에 대규모 골프장 건설이 추진돼 논란을 빚고 있다.

20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운동본부에 따르면 T기업 등은 지난해부터 신두리 사구 인접 지역인 태안군 원북면 황촌리 일대에 72만여㎡에 달하는 골프장 건설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1300억원을 투입해 20홀 규모로 건설하는 골프장은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 최대 규모로 각종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신두리 해안 모래언덕 전경(큰 사진)과 골프장 위치도.

문제는 골프장이 독특한 해안 생태와 각종 희귀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신두리 사구와 불과 120m밖에 떨어지지 않아 천연기념물 보전을 위해 설정되는 주변 반경 500m 이내의 ‘행위제한구역’ 안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국토해양부의 해양생태경관보전지역(2002년)은 물론 2010년 지정된 태안해안국립공원(2010년)과도 근접해 생태계 파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업주 측은 골프장 면적 축소가 예상되자 행위제한구역 안에서 공사를 하려고 지난해 9월 문화재청에 현상변경허가를 신청, ‘100m 이내에서 공사제한’을 조건으로 승인을 받은 상태다. 이어 지난 3월 금강유역환경청의 사전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고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의견접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본부와 서산·태안환경운동본부 등은 “생태자원의 보고인 신두리 모래언덕 파괴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작태”라며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본부 측은 특히 2007년 발생한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 당시 신두리 사구 일대가 생태계 파괴를 우려한 ‘최우선 방재작업지역’으로 선정된 곳인데도, 문화재청과 금강유역환경청이 면밀한 검토 없이 사업승인을 내준 것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김금호 환경보존국장은 “기름유출사고로 많은 환경변화가 있었는데도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 현상변경신청 보름 만에,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3월 사전환경영향평가 신청 한달도 안 돼 현장 조사도 없이 승인을 내줬다”며 “환경과 문화재 보존에 앞장서야 할 두 기관이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국내 최대 규모의 해안 모래언덕을 살리기 위해 추운 겨울 기름제거 작업에 참여했던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관계자도 “천연기념물과 인접한 곳에 골프장을 건설하면 이곳에 살포하는 농약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사구 주변 곤충과 동물의 멸종이나 변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더구나 주요 서식동물이 표범장지뱀 등 피부로 호흡하는 양서·파충류여서 해안 모래언덕 전체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일보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