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화성행궁 봉수당에서는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인 진찬연이 성대하게 열렸다.
신풍루 앞 광장에는 평일보다 한 시간 빠른 무예24기 공연이 있었다. 이른 시각부터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과 외국 관광객이 박진감 넘치는 무술공연에 푹 빠져 들고 있었다.
기자는 무예24기 공연이 끝나기 전에 혜경궁홍씨 진찬연이 열리는 봉수당으로 갔다. 시작 10분 전이었지만 잔치구경을 나온 사람들은 벌써 자리를 잡고 포토라인 밖으로는 앵글을 맞춰보는 사진기자와 작가, 동호인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무예24기가 끝나자 갑자기 봉수당 무대 좌석에는 순식간에 자리가 채워지고 뒤 늦게 온 사진동호들은 흙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장님의 인사말씀과 진찬연을 구경나온 시민들과 함께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천세. 천세. 천천세'를 합창하였고 이어 혜경궁홍씨의 진찬연이 시작됨을 알렸다.
악사가 무대 오른쪽 아래에 자리 잡고 여관과 여집사들이 차례대로 입장하였다.
그리고 남자 척신들이 입장하고 이어 여자 척신들도 입장하여 양쪽으로 자리를 잡자 혜경궁홍씨가 경룡관을 통하여 입장하였다.
정조대왕은 중앙문을 통하여 행사장에 입장하였는데 시민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로 맞이하였다.
예식은 정조가 어머니인 혜경궁홍씨에게 휘건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되고 술을 올리는 헌주가 이어졌다. 헌주는 일곱 차례 하였지만 오늘 재현에서는 한번 하였다.
그리고 혜경궁홍씨의 무사안녕을 염원하는 헌주사를 낭독했는데 궁궐의 어른에 대한 존경심과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정이 담겨있었다.
정조가 세 번 절을 하고 참가한 척신들과 모든 사람들은 혜경궁홍씨의 만수무강을 비는 천세. 천세. 천천세를 외쳤다. 참가한 척신들에게 꽃을 꽂은 잔칫상이 나오고 자유롭게 음식을 먹으면서 궁중무용을 구경하였다.
궁중무용은 화려하면서도 절제 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궁중무용으로 예필의식이 끝나고 척신들의 앞에 있던 상을 물리는 철상이 이루어졌다.
척신들은 혜경궁홍씨에게 다시 절을 하고 혜경궁홍씨와 정조가 퇴장한 다음에 척신들이 퇴장하는 것으로 예식은 완전히 끝이 났다.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은 궁궐 밖에서 열리는 유일한 궁중행사였다. 진찬연에 소요된 경비가 지금의 돈으로 칠백억 정도 되었고 동원 된 인원도 팔천 명에 이른다하니 혜경궁홍씨에 대한 정조의 효심이 얼마나 깊은지, 그 규모가 얼마만큼 컸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진찬연이 끝난 봉수당에는 또 다른 축하 공연인 판소리가 이어졌다. 심봉사가 떡 방앗간 아낙들과 너스레를 떠는 소리를 뒤로 하고 행궁을 벗어나 후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올라가는 숲속 길은 행궁과 달리 인적이 드물어 한적하고 고즈넉했다.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행궁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있었다. 유선형의 지붕 끝에 어처구니가 냉큼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며 축제를 함께 구경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후원 끝에 ‘미로한정’이란 정자를 만났다.
‘미로한정’이란 뜻은 ‘장래 늙어서 한가하게 쉴 정자’라고 한다. 세자에게 양위하고 화성으로 가리라던 정조의 뜻이 담겨진 이름이라고 한다. 정자 아래 들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융단을 깔아 놓은 듯했다.
발밑으로 보이는 행궁의 모습은 조용하고 평화스럽게 보였다. 효심이 깊은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홍씨와 함께 이곳에서 가을꽃과 사계절을 보낸 뒤 어머니의 칠순잔치도 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 정조는 어머니인 혜경궁홍씨 보다 먼저 승하했다.
내려오는 길에 화령전을 둘러보았다. 정조의 어진을 모시고 제사를 올리던 곳이다. 효심이 지극했던 아버지를 본받기 위해 순조가 지은 것이라 한다. 순조는 노인들을 모시고 잔치를 베풀었고 제향은 정조의 어진이 일본인에 의해 창덕궁으로 옮겨질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했다.
오늘 진찬연 재현에서 아버지 사도 세자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 혜경궁홍씨에 대한 깊은 효심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출처:수원뉴스
